20140530


양산을 잃어버렸다. 버스에 놓고 내렸으니 잃어버렸다기보단 잊어버린 것일 테지만. 언제 산 거였는지, 이번이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다. 어쨌든 새 양산을 사러 가야 한다니, 좀 귀찮아졌다.
뙤약볕을 머리에 이고 걸으면서 생각해봤다. 무엇이 나를 추동하는지. 한때는 분노였고, 또 다른 때는 우울함이었고, 어떤 때는 체념이기도 했다. 요즘은 그 모든 게 지루함으로 수렴된다. 지루해서, 지루함에 떠밀려, 살아간다. 지루해하는 것도 귀찮을 지경이다. 그래, 어쩌면 지루함 아래에는 귀찮음이 깔려 있겠다. 분노하는 것도, 우울해하는 것도, 체념하는 것도, 귀찮다. 기쁨에 차 살아 움직이던 적이 있었나. 몇몇 장면이 떠오르긴 하지만 남의 살갗을 더듬는 느낌이다.
대체로 그렇다. 사는 것이란 내게는, 남의 살갗을 더듬는 일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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